설교방송 에세이 신앙인의 에티켓
- KALA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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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미국에 있을 때에, 저희 큰 아이가 고등학교 3학년이어서 희망하는 몇 개의 대학들에 입학 원서를 넣었어요. 답장을 기다리고 있는 중에, 한 대학으로부터 온 답장에, 면접을 하겠다고 준비하라고 하더라고요. 사실, 대부분의 대학들이 면접을 하지 않거든요. 그런데 그 대학은 면접을 하겠다고 해서 걱정을 했어요. 집에서 그 대학까지 한 6시간을 자동차를 타고 가야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 편지를 자세히 보니 면접을 대학 캠퍼스에서 하는 것이 아니라 저희가 살고 있는 옆 동네에서 한다는 것입니다. 대학에서 동문에게 면접을 위임해 교수대신 동문이 면접을 한다는 것이에요. 사실, 면접이 아니라 초대였습니다. 그 대학의 동문의 집에서 면접을 하는 이틀 동안, 주변에서 그 대학에 지원한 학생들을 함께 식사자리에 초대를 했습니다. 식사를 같이 하면서, 또 학생들이 자신을 소개할 수 있는 몇 가지 물건들을 가지고 와서 자연스러운 분위기에서 면접을 하겠다는 거지요. 식사가 사람들을 가장 편안하게 만들고, 숨겨져 있는 것들을 관찰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학생들을 편안한 자리로 불러들인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식사가 사실 많은 사람들을 관찰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인 것은 우리도 경험한 바입니다. 예수님도 이 점을 잘 아셨던 것 같아요. 예수님은 복음서, 특히 누가복음에 보면 식사자리에 꼭 끼어계셨어요. 식사에 초대를 받으면 마다하지 않고 늘 가셨던 것 같습니다. 어떤 한 사람의 초대에도 자리 참석을 했는데, 먼저 참석해서 유심히 보니까, 잔치 자리에 온 사람들이 상석, 즉 윗자리에 서로 앉으려고 싸우는 것을 보고 기가 막히셨던 것 같습니다. 그 사람들을 보고 말씀하시기를, 윗자리에 앉으려고 하지마라. 너희들이 윗자리에 앉으려고 하다가 나중에 그 임자가 왔을 때, 안내하던 사람이 당신의 자리가 아닙니다라고 말하면서 그 자리에서 끌어내리듯이 해버리면 보는 사람들한테 무슨 망신이 되겠느냐?
그리고 초대한 사람에게도 한 말씀 하셨어요. 이왕 사람들을 초대하려면, 친구나 가족이나 또 아니면 부유한 사람들 말고, 대접을 해도 곧바로 되갚을 수 없는 가난한 사람,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을 초대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공식적인 식사 자리는 좌석이 정해지고, 서열대로 앉게 되는 특성이 있습니다. 또 식사는 초대를 받으면 격식 있고, 골고루 갖춘 사람들이 초대를 받게 되거든요. 예수님이 식사자리에 관심을 가지시는 이유는, 바로 그런 곳에 하나님의 나라가 이루어지고 예수님을 정말 대접하고 만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예수님은 그 자리에서 가난하고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을 초대하고 그들 속에 계시고 낮은 자리에 가 앉아있을 때에, 그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 옆에 앉아있을 때에, 예수님이 앉아 계셔서 예수님을 경험하고 하나님 나라를 만들어 갈 수 있다는 것이지요.
이것이 바로 그리스도인의 에티켓입니다. 점차 높은 자리, 대접 받는 자리, 대접을 베풀면 곧바로 되갚을 수 있는 사람들을 위주로 모임과 식사자리가 마련되어 있는데, 예수님의 말씀에 의하면 그것은 하늘나라의 잔치가 아니고 그리스도인들이 따라가야 할 것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이런 식사 에티켓 하나를 잘 지키면, 하늘나라가 가깝고 예수님과 더불어 삶을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 대구 CTS 2006.1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