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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에세이 거의 죽을 뻔 했습니다

  • KALAHKALA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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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오랜 동안 휴대전화기를 사용하지 않았다. 이런 아들을 안타깝게 여기신 아버지는 자신이 사용하던 무전기보다 조금 작은 구형 휴대전화기를 나에게 주셨다. 아버지가 주신 크고 무거운 구형은 사라졌지만, 나는 아직도 그 구형 휴대전화기의 번호만은 버리지 않고 사용하고 있다.

내가 오랜 동안 휴대전화기를 사용하지 않았던 첫째 이유는 개인적인 것이었다. 휴대전화기 없이 오직 음악만 들으면서 그리고 창밖 풍경을 즐기면서 자동차를 운전하는 것은 나에게 일종의 안식과 같았다. 왜 그런 안식하는 시간을 전화벨 소리로 망치고 싶겠는가? 두 번째 이유는 생태학적인 것이었다. 휴대전화기 송신탑들을 나라 도처에 세우려면 자연생태를 파괴해야 하는데 왜 그런 일을 조장하겠는가? 세 번째 이유는 수학적인 것이다. 나는 10자리 미만의 전화번호 수자들을 조합하는 것에도 무척 서투르다. 그러나 현대인으로 새로운 형식의 휴대폰을 사용해야 한다는 아내의 끈질긴 유혹은 결국 나를 새로운 지역 번호를 포함한 11자리 숫자를 조합해야 하는 신형 전화기를 사용하도록 밀어 넣었다.

결국 나는 굴복 당했다. 한 번은 전화를 할 필요가 있었는데, 주위에서 더 이상 공중전화기를 발견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한 밤중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내가 안전하다는 것을 가족들에게 알리고 싶었다. 공중전화기를 발견하기 위해 3군데의 주유소를 뱅뱅 돌았다. 또 한 번은 마을로부터 떨어진 수련회에 참석했을 때였다. 가까운 곳에 있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고 싶어 주위에 공중전화 박스 같은 것을 찾아 다녔으나, 내 눈에 띈 것은 장난감 전화기뿐이었다.

나는 내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휴대전화기를 샀다. 마치 값비싼 자동차 키와 같이 내 몸에 감추어 다니면서. 도대체 무엇이 나로 하여금 휴대폰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만들었는가? 무엇 때문에 그처럼 매우 빠른 속도의 전송이 나에게 필요하다고 말해야 했는가? 이제 나는 다른 이들처럼 내 휴대전화기에 중독되어 있다. 이제는 나를 휴대폰과 떨어뜨려 놓는 모든 것들은 나에게 패배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 되었다. 나는 거대한 양의 자유를 상실했다. 조용히 앉아 내 자신의 생각들을 즐기는 자유, 내 앞에서 일어나는 것들에 바로 반응하도록 준비시키는 자유, 그리고 그처럼 단순하게 생각하는 것이 내 시간을 잘 사용하는 것이라고 상상하는 자유까지 상실했다.

옆에 있는 휴대폰으로 반드시 답신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가? 운전을 하고 있는 데도 학교에서 날라 오는 보이스 메시지를 꼭 확인해야 하는가? 길을 걷고 있는 동안은 친구에게 말을 걸지 않을 수는 없는가? 길을 걸으면서 친구와 오랜 시간 통화를 하면, 주의가 분산되어 다른 보행자들을 피해가는 것이 매우 힘들기 때문이다. 길을 걷는 사람들 대부분이 휴대전화기로 대화를 한다. 개를 끌고 가면서, 심지어 아기 보행기를 밀고 가면서도 주의를 산만하게 만드는 전화 대화에 빠진다.

얼마 전 간단한 비디오를 보여주기 위해 교실의 모든 전등을 끄고 어둡게 했는데도, 학생들의 얼굴을 어느 정도 볼 수 있었다. 학생들의 얼굴이 자신들의 휴대전화기를 열어 놓아 전화기 스크린에서 나오는 불빛에 비추어졌기 때문이었다. 학생들에게 문자 메시지 보내는 것을 멈추고 비디오를 보라고 요구했을 때, 대부분의 학생들은 당황했다. 그 순간, 나는 학생들이 동시에 두 가지를 할 수 없다고 생각하였다. 하지만 그들은 비디오를 보면서 동시에 문자 메시지를 날릴 수 있다. 그들은 자동차를 몰면서도 문자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 어떤 학생은 한 손으로 경운기를 몰면서 다른 한 손으로 친구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것을 자랑하기까지 한다.

나는 학생들에게 정신을 차리게 하는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 기관사가 기차를 운전하면서 문자메시지를 보내는데 너무 바쁜 나머지 다가오는 다른 기차와 충돌하여 자신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까지 죽였다는 신문 기사를. 나의 이야기를 들은 학생들 가운데 한 명이 웃으면서 자신의 간증을 하였다. 자동차를 운전하던 그는 빨간 불인데도 문자 메시지를 보내면서 교차로를 통과하다가 거의 죽을 뻔 했다고. 하지만 나는 이런 이야기가 이 학생들을 정말 정신 차리게 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왜 사람들은 그처럼 휴대전화기의 작은 스크린에 눈을 떼지 못하면서 매우 많은 시간을 사용하는가? 그것도 자신들의 생명을 의미 없는 것들로 위험하게 만들면서. 하마터면 죽을 뻔 했다는 간증을 하면서도 계속. 점차 포스트모던 사회의 인간은 서두름과 성급함, 신속함에 중독되어 간다. 우리의 주의를 분산시키면서 우리 자신의 평안과 생명을 위협하며 동시에 영혼을 시들게 하는 무기를 휴대하고.

 

/ 대구일보 2009. 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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