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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에세이 하나님, 정말 실망했습니다!

  • KALAHKALA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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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칠 전 나는 또 한 번 하나님께 무척 실망했다. 2주 전, 내가 수 년 동안 학교의 일과 신앙적인 대화를 함께 즐기던 그래서 서로 가깝게 지내던 교수 한 분의 사망 소식을 접했다. 65세 정년퇴임을 3개월 앞두고. 그분을 마지막 떠나보내는 장례식장에서 나는 하나님에게 실망한 감정을 눈물로 표출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뿐만 아니라 참석자들 모두 안타까운 눈물을 흘렸다. 그들의 눈물도 모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하나님에 대한 큰 실망을 표현한 것이었다.

정년 3년을 앞둔 어떤 교수는 최근에 바꿔진 연금제도로 인해 언제 퇴임을 할 것인지 즐거운 고민을 하고 있다. 그는 앞으로 자신이 받게 될 연금액수가 점차 줄어들 것이라는 소식을 접하고,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 철저한 상담과 계산을 하고 있다. 그렇게 언제 정년퇴임할 것인지를 가늠해보며 여유를 보이는 교수가 있는가 하면, 며칠 전 교회의 장로로, 그리고 방사선분야에서 유능한 의사로 교회와 학교를 위해 열심히 일한 것으로 알려진 그분은 정년을 단지 3개월 앞두고 세상을 떠났다. 암으로 투병생활을 하다가 사랑하는 아내와 21녀의 자녀를 두고 먼저 떠났다. 그 교수가 9개월 동안 투병생활을 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던 주위 사람들은 모두 마음속으로 기도를 했다. 최소한 얼마 남지 않은 정년까지는 견뎌내기를 위해. 그리고 동료 의사들의 수고와 최신 의학기술의 도움을 받아 생명이 연장되기를. 그래야 한 평생을 같이 살아오면서 헌신한 아내에게 최소한 연금혜택을 받도록 하고 세상을 떠날 수 있지 않겠는가? 하지만, 그분은 이런 정년퇴임과 연금혜택에 관한 우리의 염려에 아랑곳 하지 않고 세상을 떠났다. 그의 생명이 최소한 3개월만이라도 연장되기를 위해 우리가 그렇게 하나님께 기도했는데도....

우리가 사랑하던 사람을 안타깝게 잃을 때, 하나님에 대한 실망, 분노, 그리고 섭섭함을 느끼는 것은 공통적인 경험이다. 신앙인들 사이에서도 거의 전 세계적인 경험이다. 사랑하던 사람을 잃으면, 하나님의 근원적 선하심에 대한 우리의 결론은 그 빈자리 앞에서 힘없는 부르짖음과 분노와 원망으로 바뀌고 만다. 때로는 하나님의 능력과 선함에 대한 의심까지 일어난다.

그럴 때 위로를 얻기 위해 성경을 펼쳐보라는 권면의 소리를 듣게 된다. 그런데 성경 안에는 왜 그렇게 하나님에게 실망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많은지! 우리가 믿음의 위인들이라고 존경하는 성경 속의 사람들도 하나같이 하나님과 맺은 거래(계약)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하듯 실망감을 드러내고 있다. 하나님의 뜻을 따랐는데도 자신에게 나쁜 일들이 계속 일어난다는 것이다. 하나님이 자신의 삶에 일어나는 비극적인 일들에 대해 공정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들에게 동일한 변화가 일어난다. 하나님에 대한 실망이 즐거움으로 바뀐다. 하나님에게 실망 당해본 적이 없다고 고백하며 말이 바뀐다. 이제는 고난을 즐거워할 수 있게 되었다고 선언까지 하며 우리에게도 고난을 즐거워하라고 충고한다.

어떻게 그렇게 될 수 있는가? 무엇보다 먼저, 그들은 인간의 삶이 누구에게나 예외 없이 공정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자신들의 고통스런 삶을 하나님과 분리시키면서 얻은 결과이다. 자신들의 삶을 하나님과 혼동하지 않으면서 깨달은 지혜이다. 하나님은 우리의 믿음이나 사랑의 양과 자질을 알아보려고 시험하시거나 축복하시는 것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오히려 질병, 고통, 죽음, 외로움 등을 경험할 때 자신만이 모르던 문제를 발견한다. 고통이 극심할수록 더 이상 속일 수 없는 진실을 스스로 발견하게 된다. 하나님은 나의 고통을 제거해 달라는 기도의 상대자가 아니라 현실 속에서 나와 함께 그 고통을 동일하게 겪으시면서, 나와 함께 기도하시는 것을 발견하였다. 이것이 바로 하나님의 실체이다. 결국 하나님은 논리와 증명에 의해서가 아니라 발견되는 분이다. 그것도 고통 속에서 나의 것들이 무너질 때. 그러므로 고통 속에서 들리는 소리는 하나님은 공정하시지 않아. 아니, 하나님은 없는 거야.”가 아니라 너의 한낱 인생과 하나님을 연결시켜 혼동하면서 스스로를 속이지 마.”이다.

희망의 메시지: 위르겐 몰트만이 표현했듯이 하나님께서 항상 우리와 함께 우시기 때문에, 어느 한 날 우리도 하나님과 함께 웃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 우리가 인생에서 당하는 모든 것들은 선을 위해 사용될 것이다. 하나님께서 그것들을 사용하실 것이다.

 

/ 대구일보 2008. 6. 20. 허도화 (계명대 교목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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