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에세이 두려움의 반대는 용기가 아니다
- KALA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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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 사회 곳곳에서 그리고 마음속에서 자주 들리는 단어는 “변화”이다. 우리는 “모든 것은 변한다.”는 말에 동의한다. 그런데 우리에게 필요한 이 변화가 우리에게 두려움을 준다. 우리의 삶에서 끊임없이 변화가 일어날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우리의 생활과 직장과 건강이 어떻게 될지 알지 못하는 미래의 변화가 우리에게 두려움과 염려를 줄 수 있다. 하지만 또한 변화는 희망을 싹트게 하고, 희망을 키우고, 희망을 날도록 한다. 변화가 가능하기 때문에, 그리고 우리의 삶과 세계에서 긍정적인 변화들을 증거 할 수 있기 때문에, 희망을 위한 근거가 생기는 것이다.
19세기 미국의 청교도 시인 에밀리 디킨슨(Emily Dickinson)은 희망이 무엇인지 정말 통렬하게 묘사하였다. 희망은 “날아갈 듯 아주 가벼운 깃털을 가진 것”이라고. 희망은 날개들을 가진 것으로, 매우 꺾이기 쉽고, 매우 적고, 매우 하찮아서 무법과 파괴적인 힘이 난무하는 세상에서는 의미 없는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디킨슨은 말한다. 희망은 영혼 속에 머무르기 때문에 아무리 폭풍이 심해도 그리고 그 난폭함 속에서도 희망은 가사 없는 멜로디를 반복하면서 계속 노래를 부른다고.
최근 우리 사회에는 두려움을 주는 일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우리의 안전과 생명, 그리고 건강과 행복을 위협하는 사건들이 주위에서 끊이지 않는다. 남의 일 같던 사건들이 나와 내 가족에게도 점점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 두려움은 널리 스며든다. 모든 곳에 스며드는 것처럼 보인다. 두려움은 실제적인 것이다. 사건 사고가 많은 사회에서 살아가자면 두려움과 첨예하게 마주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두려움과 맞서 싸우고 그 지배로부터 자유로워지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을 이해한다. 그런데 우리가 그들에게 줄 수 있는 도움은 고작 용기를 가지라고, 두려워하지 말라고 건네는 말뿐이다.
종종 우리는 두려움의 반대가 용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것은 잘못 알고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용기는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그 두려움을 짊어지고 때로는 무시하고 계속 앞으로 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두려움과 정면으로 대결하여 우리 속에서 끝까지 자리싸움을 하는 것은 희망이다. 두려움은 미래로부터 오는 것을 절단시키며, 안에서 죽이고, 폭풍과 테러의 분노 속에 가둬놓고 아예 깨어나지 못하도록 죽여 버린다. 두려움은 또 다른 두려움을 낳으면서 전염병으로 감염시킨다. 두려움은 점점 자라 수평선 위에서 거대하게 나타나면서 모든 빛과 비전을 삼키고, 우리의 생각과 마음을 추운 철재 막대기로 막아버린다. 하지만 두려움이 주는 위협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영혼 속에 계속 머무르고 있는 희망은 너무 작고 깨어지기 쉬울 정도로 인식되지 않지만, 말 없는 노래를 계속 부르면서 또 다른 비전과 또 다른 실체와 연합한다.
우리의 희망들, 우리가 매우 소중하게 지니고 있는 꿈들, 이런 희망들은 미래에 대한 우리의 비전을 낳게 한다. 이것이 두려움과 공범자인 죽음을 동반하는 압도적인 힘으로부터 우리를 자유하게 하며 그 밖을 바라보게 하는 비전이다. 이것이 바로 하나님에 의해 심겨진 비전,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로운 자비를 통해 인간의 마음속에 깊게 새겨진 비전이다. 이것은 깃털을 가진 것, 우리의 영혼 속에 머무르면서 살아계신, 우리를 끝까지 사랑하시는 하나님에 관한 거룩한 노래를 계속 부른다. 희망은 그런 이야기의 마지막을 가지고 있지 않다. 희망은 끝이 없는 노래로 결코 멈추지 않는다. 오늘 우리의 희망, 가족들의 희망, 친구들의 희망, 이웃들의 희망은 모두 단지 시작이며 전주일 뿐이다. 우리는 희망을 마지막에 다다른 것이나 완성된 것으로 보지 않는다. 왜냐하면 실제로 희망은 항상 새로운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 모두 오늘, 내일, 그리고 그 다음 날도 항상 이 새로운 출발점에 서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어떻게? 희망 없는 자들에게 희망을 주라. 그들의 영혼 깊은 곳에 날개를 지닌 희망이 머무르고 있음을 기억나게 하라. 폭풍과 테러의 와중에서도 두려움이란 추운 죽음의 막대기에 대항하여 희망이 주는 따뜻함을 먼저 인식하고 그 따뜻함을 다른 사람들도 느끼도록 도와라. 희망은 단순한 느낌 그 이상이다. 희망은 우리의 삶속에 주는 힘이며 행동이다. 희망은 가장 강한 의미에서 삶의 한 형식이다. 정말로 희망은 우리 삶의 한 습관이다. 정말 우리가 취할 수 있는 가장 심오한 행동들의 하나는 희망 없는 자들에게 희망을 주는 것이다. 이 말은 우리 주위의 다른 사람들과 관계되지 않은 것이 없고 우리 주위의 넓은 세계 속으로 들어오지 않은 것이 없다는 뜻이다. 이제 그 이상한 침입자, 희망을 기쁘게 환영하자. 그리고 그 희망을 널리 감염시키자.
/ 대구일보 2008. 4. 11. 허도화(계명대 교목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