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에세이 배낭 여행을 합시다
- KALA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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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며칠 전에 2008년이라는 새로운 시간을 열었다. 누구라도 새로운 문을 열고 365일이라는 긴 시간을 공평하게 얻었다. 새 해가 되면 최소한 어떤 전략으로 이 한 해를 낙오하지 않고 지혜롭게 성숙한 삶을 경험하면서 끝까지 달릴 것인가 생각해본다. 그런데 한 해를 달리려는 우리에게 너무 익숙한 세월에 관한 말은 인생의 속도는 나이에 비례한다는 것이다. 50대의 인생은 시속 50Km로 지나간다고.
대부분은 이렇게 한 해의 시작을 마라톤을 하듯 달리는 경기에 비유한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달리는 기분이 아니다. 달리고 싶지도 않다. 대단한 결심들을 쏟아내면서 빨리 달리다가 주저앉았던 경험들이 얼마나 많았는가? 올 해는 결코 과거처럼 미련한 출발을 하지 않을 것이다. 왜? 성숙한 생활은 다른 사람들을 따돌리면서 앞서 달리면서 자신이 받을 메달을 차지하려는 마라톤 경주가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천천히 걸어서 주위를 살펴보고, 어떤 사람이 어려우며 도움이 필요한지, 누구와 함께 대화하고 나눌지, 때로는 남의 것을 배우면서 즐기는 배낭여행이기 때문이다.
배낭여행을 하는 사람들의 삶을 고상하게 그리고 가장 잘 표현한 것이 순례라는 단어이다. 우리는 인생길의 순례자이다. 순례자는 도달할 목표가 있기 때문에 그 곳에 이를 때까지는 내적으로 쉼이 없고 외적으로는 불확실함을 가지고 길고 긴 여행을 한다. 또한 끊임없이 목적지를 향해 앞으로 나가야하기에 심신의 피로와 고통을 피할 수 없다. 그러므로 순례자는 대단한 것들이나 복잡한 것들을 가지고 출발하지 않는다. 최소한 귀중하고 필수적인 것들만을 가지고 떠나는 순례자에게 필요한 것은 간단한 배낭이다. 순례는 배낭 없이는 불가능하다. 모든 다른 사람들의 소유물들과 비교해 볼 때, 배낭 속의 것들은 극히 적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순례자는 배낭 없이는 정말 긴 여행에 희망을 걸 수 없다. 배낭 여행자에게 필요한 것은 많은 것들을 짊어지고 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순례자에게 중요한 것은 매일 자신에게 동일한 질문들을 다시 던지는 것이다. “나는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는가? 무엇을 가지고 가야 하는가? 그리고 무엇을 버려야 하는가?”와 같은 질문들을. 우리가 자신들을 순례자들로 생각할 때마다 취해야 할 것들은 무엇인지 그리고 과감하게 버려야 할 것들은 무엇인지 무게를 달고 측정하는 일을 본능적으로 해야 한다.
그렇다. 우리가 배낭여행을 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평소 너무 바쁜 생활로 돌보지 못했던, 대화를 나누지 못했던 주위 어려운 이웃들을 방문하고 그들과 삶을 나누기 위함이다. 또한 평소에 바쁘게 살면서 지나쳐버린 것들, 무시했던 것들, 그러나 매우 중요한 것들을 발견하는데 있다. 이처럼 이웃을 찾아나서는 배낭여행은 또한 우리 자신 속에 감추어진 진실 된 자아를 찾는 값진 여행이 된다. 내 자신을 다른 사람들로부터 분리시키고, 내 자신을 드러나게 하며 주목을 받고 칭찬을 받기 위해 물질, 권력, 명예추구와 같은 세상적인 경기에 쉽게 빠지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또한 지속적으로 더 많은 인정과 더 많은 부를 얻으려고 강박감에 사로잡히기 쉬운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자신을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여 나의 차별성과 우수성을 강조하려고 노력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배낭여행을 하는 순례자는 다양한 삶 속에서 진실한 자신과 이웃을 발견하는 뜻밖의 선물을 얻는다.
/ 대구일보 2008. 1. 4. 대구일보 에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