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에세이 너는 나의 기쁨이며 노래며 춤이야
- KALA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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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가 결혼을 하면서 가족들이 늘어나는 것은 기쁘지만, 늘어난 가족들의 기념일들을 챙기는 일은 쉽지 않다. 가족들의 기념일은 한 해만 축하하고 그만 둘 수 없다. 축하 카드를 한 두 줄의 축하 내용만으로 채울 수는 없다. 그렇다고 부모로부터 받은 축하 카드들을 가지런히 진열해 놓고 가끔 되읽는 자녀들에게 매년 동일하거나 비슷한 글로 형식적인 축하를 할 수도 없다. 나는 이런 고민을 하다가 자녀의 기념일을 축하하면서 동시에 부모의 마음을 담아 보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자녀에게 전화나 메일, 그리고 카드를 보낼 때 부모가 자식을 향한 자신의 진솔한 감정들을 표현하기 위해 나의 심장이 담긴 표현을 사용한다. “너를 생각하면, 이 아버지는 너무 감사한단다. 매우 기뻐. 무척 자랑스러워. 너는 이 아버지의 기쁨이야. 네가 성실하게 열심히 살아가는 것을 생각할 때마다, 이 아버지가 힘을 얻고,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고 싶단다.” 자식으로 인하여 기쁨을 이기지 못하는 부모는 잠잠한 사랑으로 즐거이 노래를 부르며 기뻐하게 된다. 혹 자식에게 못난, 슬픈, 실수한 과거와 고난이 있을 지라도 말하지 않고 기억하지도 않으며 오히려 기쁨을 느끼기 위한 재료로 여긴다. 부모의 마음과 기쁨을 나무나 잘 알고 있는 자녀는 이런 기쁨의 선물을 부모에게 더 많이 주려고 노력한다. 부모와 자식이 서로의 심장을 느끼게 된다.
우리에겐 이미 비슷한 경험들을 가지고 있다. 아기를 키울 때 아기의 울음을 고요하게 만드는 놀라운 방법을 배웠다. 아기는 화가 나거나, 짜증나고, 피곤하고, 두려우면 소리를 내어 운다. 그럴 때 부모는 아기를 재빨리 안정시키는 방법을 사용한다. 아기의 가슴을 내 가슴에 맞대고 서로의 심장의 박동을 느낄 수 있게 한다. 부모는 아기가 울 때마다 아기의 가슴을 자신의 가슴에 대면 아기의 심장을 느낄 수 있고 아기 또한 부모의 심장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는 아기를 진정시키는 것은 부모의 심장이다. 다 큰 자식이라도 부모의 심장을 느끼면서 자랐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이와 같은 부모와 자녀의 관계를 이해할 때, 잊어버렸던 서로의 심장을 느낄 수 있는 대화와 축하, 격려를 회복해야 한다. 부모는 자식의 심장을 느끼고 싶고, 자녀는 부모의 심장을 느끼고 싶어 한다. 부모의 심장이 담긴 사랑과 표현이 아기를 평온하게 만들고 두려움을 가라앉게 하였듯이, 부모의 심장이 담긴 말은 성장한 자식에게 여전히 생명을 줄 뿐 아니라 평화까지 준다.
부모가 자녀에게 이끌리는 것 그리고 자녀를 더욱 가깝게 자세히 보도록 만드는 것은 기쁨 때문이다. 부모가 자녀로부터 발견하는 기쁨은 물질이나 명성, 성적이나 진급과 같은 비교평가에 의해서가 아니라, 하는 일에 자신을 온전히 흡수시키고 열중하는 절대평가에 의해서이다. 자녀가 하는 일이 무엇이든 그 일에 자신을 완전히 동화시키는 것을 볼 때 자녀에게서 기쁨을 본다. 삶의 예술로부터 나오는 기쁨을.
하지만 부모는 자녀들로부터 발견하려는 참된 기쁨이 홀로 외로이 성장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기쁨은 말할 수 없는 가장 어려운 삶속에 있는 것들과 함께 자라기 때문이다. 그리고 모래와 조개들 속에서 진주가 자라고 발견되듯, 기쁨도 기쁨 자체로부터 가장 멀리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경험들과 함께 자라기 때문이다. 기쁨은 우리의 고통, 상처, 좌절과 함께 온다. 종종 우리가 누군가의 삶에 있는 참 기쁨에 관해 말하는 것을 들을 때, 그 동일한 이야기의 한 부분은 고난에 관한 것, 고통스러웠던 싸움한 것에 관한 것, 또는 믿음으로 기다리면서 지켜보았던 것에 관한 것이다.
고난과 기쁨의 관계를 이해한다면 부모 역시 자녀의 실망과 상처에 개방적이어야 한다. 자녀의 삶에 있는 고난 가운데서 기쁨을 경험할 수도 있고, 과거에 기쁨으로 알았던 어떤 것이 실망을 대신할 수도 있다. 만일 우리의 자녀가 기쁨보다 고난을 더 경험한다면, 그때 자녀는 자신의 고난 가운데 함께 하기를 원하는 사람이 바로 부모임을 확신하게 될 것이다. 부모는 자녀안에 있음으로 기쁨을 발견한다. 이것이 바로 부모가 자녀와 항상 함께 있다는 의미이다. 부모의 삶은 자녀의 삶 속에 계시된 기쁨을 믿음으로 지켜보고 기다리는 삶이다. 인생의 밑바닥이나 절망, 비극이나 고난을 통과하지 않은 삶, 일, 그리고 예술은 결코 참 기쁨을 줄 수 없다. 우리는 기쁨과 또한 고통 두 가지 모두로부터 인생의 노래와 춤을 춘다. 항상 두 가지로부터. 그런데 놀라운 것은 마지막까지 남는 것은 바로 기쁨이다. 그 기쁨이 바로 우리를 계속 노래하고 춤을 추게 한다. 오늘도 나는 기쁨의 노래와 춤을 자녀에게서 발견한다.
/ 대구일보 2010. 2.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