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학) 자료 나의 주기도문 이해와 설교론(4) / 허도화 교수
- 이성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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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피조물과의 관계를 기억합시다.
관계로서의 기도는 또 다른 차원으로 확대된다. 주기도문의 둘째 부분 간구 은 우리 자신과 하나님의 모든 피조물들 사이에 관계가 중요하다는 것을 잊어 버릴 때, 그 기도가 빈 것이 됨을 가르쳐준다. 기도는 우리가 암송하는 간구들 뿐 아니라 우리의 마음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간구와 관련이 있어야 한다. 만일 우리가 주기도문으로 하나님께 "오늘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옵시고"라고 구할 때 우리의 생각이 오직 양식에만 집중된다면 주기도문의 풍성함을 놓치고 만다. 이 간구가 원래 우리에게 하나님의 모든 자녀들의 음식을 위한 기도를 하도록 초대하기 때문이다. 전쟁 중에 한 끼 배급으로 하루를 지내야 하는 자들을 위해 기도할 뿐 아니라 평화로울 때에도 먹을 양식이 없는 배고픈 자들을 위해 기도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그 간구는 그리스도만이 제공할 수 있는 영적 양식, 살아있는 빵을 필요로 하는 자들을 높인다. 우리가 교회의 입구에 우리의 상상력을 남겨두고 매일 밤 자녀들과 함께 기도하거나 주기도문의 깊이와 크기와 넓이와 높이를 상실한다면 기도가 지닌 많은 차원의 관계들을 무시하는 것이다. 이런 기도는 단순히 우리와 하나님과의 친밀한 관계에 관한 것만이 아니라 하나님의 모든 피조물과의 공동체적 관계들을 무시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목에 절개수술을 받은 할아버지와 함께 주님의 기도를 하던 원목은 기도할 단어들을 찾을 필요가 없다. 중요한 것은 원목과 할아버지가 서로 손을 잡고 또한 하나님이 그 두 사람의 손을 함께 잡고 있는 관계다. 완전한 기도는 없지만 빈 기도는 있다. 중요한 것은 순수한 마음과 정직한 영이다. 환자와 목사는 병실에서 하나님과 하나가 되었다. 원목은 갑자기 할 말을 잊어 버린 후 잣니의 마음으로 정직하게 속삭인 기도가 관계와 존경과 경외와 갱신의 기도가 되었다. 주기도문을 구성하는 모든 것은 바로 정확한 단어들을 구사하는 데 있지 않고 하나님과의 정직한 관계에 있다.1
예수님이 주기도문을 통해 가르쳐주듯 만약 기도할 때 하나님과 그의 모든 피조물하나남의 나라와 그 의과 정직한 관계를 잃지 않는다면, 어떻게 기도하게 될까? 한 여성이 병원 침대에 누워있다. 암이 번지면서 몸이 부어오르고 있었다. 방문 오는 목사와 함께 치유되기위해 매일 기도했다. 하지만 목사는 그녀가 말업이 실망하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기도를 함에도 불구하고 몸이 호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목사에게 이렇게 말했다. "목사님, 오늘은 제가 치유되기를 위해 기도하지 맙시다. 하나님은 제가 이 질병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미 알고 계십니다. 더구나 하나님은 제가 치유되기를 원한다는 것도 알고 계십니다. 그러니 이제는 제가 치유되든 그렇지 않든 제가 하나님을 가깝게 느낄 수 있도록 기도하죠. 왜냐하면 비록 제가 치유되지 않는다 해도 제가 정말로 원하는 것은 하나님이기 때문이에요."
그녀는 우리가 기도로 모든 것을 말하고 행할 때에라도 우리가 원하는 것이 단순히 평화, 정의, 건강, 빵이 아니라는 것을 기억나게 한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하나님이다. 우리는 하나님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기를 위해 기도한다. 어떤 의미에서 이것은 하나님께서 하늘에서 나타나신 것처럼 땅에서도 우리에게 나타나시기를 원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이제는 기도할 때 예배를 멈추고 하나님께서 우리를 위한 것들을 행하시도록 간구하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어떤 일이 일어나더라도 계속 우리 자신을 하나님의 현존에 열어 놓아야 한다.
기도를 통해 우리는 우리 자신을 그런 뜻과 결합시키고, 우리의 욕구들을 하나님이 원하시는 것들과 더욱 일치하도록 만들어 간다. 우리가 구하는 것은 단순히 가난한 자들이 배불리 먹는 것이 아니라 가난한 자들을 위한 하나님의 실천적인 사랑에 동참하는 것이다. 우리는 하나님의 통치에 참여하기 위한 새로운 가능성들에 우리 자신을 열어 놓는다. 그래서 우리의 기도는 욕구들을 말하고, 그것들을 말씀을 통해 나타난 하나님이 원하시는 것들을 옆에 놓는 훈련이나 다름없다.
결론
기도는 하나님과 우리와의 깊은 관계를 가장 잘 표현한다. 우리가 기도의 필요성을 느낀다는 것은 먼저 하나님에 관한 그리고 그분과 우리의 관계에 관한 생각을 전제로 한다. 기도는 우리가 하나님을 이미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말하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는 기도가 매우 중요하고 어떤 차이를 만들어 낸다고 생각한다. 하나님이 우리의 기도를 들으시고 우리에게 개인적으로 관심을 가지시고 응답하신다는 말은 하나님께서 우리의 기도에 반응하시기 위해 세상에서 역사하신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도는 살아계신 하나님과 함께 하는 생활이다. 2 물론 이것이 바로 예수님이 주기도문을 통해 제자들과 오늘 우리들에게 하나님과 기도에 관해 가르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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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註)
1. Lisa Nichols Hickman, The Worshiping Life: Meditations on the Order of Worship (Louisville, KY: Westminster John Knox, 2005), 106~107.
2. John H. Wright, A Theology of Chrisitan Prayer(New York, NY: Pueblo, 1979), xiii.
허도화 / 계명대학교 예배설교학 교수.
출처 : 그말씀 (2009년 4월호) / 나의 주기도문 이해와 주기도문 설교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