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방송 에세이 가치 있는 대가
- KALA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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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얼마 전에 제주도를 다녀왔는데, 그곳에서 아주 기억에 남는 한 곳을 방문했습니다. 김영갑 사진작가의 갤러리 화랑을 다녀왔는데, 참 굉장히 마음 속에 오래 남는 그림들이었습니다. 김영갑 사진작가는 28살에 제주도로 가서, 그곳에서 결혼도 하지 않고 20년 동안 제주도의 칙칙한 소재들을 가지고 아름다운 사진들을 찍어낸 작가로 많이 알려졌습니다. 특별히 마지막에 근육이 굳어지는 루게릭병에 의해서 48세에 세상을 떠난 작가입니다.
그런데 이 분의 사진들이 아름다워서 알려지기도 했지만, 이분의 진정한 가치는 남들이 관심을 가지지 않는 제주도에서 20년 동안을 한 결 같이 사진을 계속 찍어가면서 작가의 예술의 혼을 불태운 데에 있습니다. 그 분이 평소에 어떤 물체를 보고 셔터를 한 번 누르면, 자신의 식사 한 끼에 해당되는 라면 한 봉지가 날아갈 정도로 가난한 사진작가의 생활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아름답고 영혼이 담겨있는 사진을 잉태시키기 위해 계속 그 비싼 셔터를 눌렀다는 것입니다. 매우 감동적인 사진이 나오게 된 동기와 힘이라 그럴까, 이것들을 그분의 글에서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예술가는 가난, 고통, 배고픔, 심지어 죽음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그러려면 아예 예술가가 되지 않는 것이 낫다.”
이 예술가의 말은 성직자인 나에게 엄청난 자극을 주었습니다. 소위 말해서, 우리도 예수님을 따라서 영혼의 세계를 따라가는 순례자의 생활을 한다고 나서기는 했지만, 사실 예술가처럼 배고픔, 아픔, 죽음 이런 것들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흔들리지 않고 예수님을 따르고 있는가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예수님께서 누구라도 자신을 따라오려거든, 이런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말씀 가운데, 십자가를 지고 오라, 자기를 부인해라, 부모도 일단 뒤로 해라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 말씀을 다르게 표현하면, 나를 따라오려면 먼저 대가를 치룰 것을 각오해라는 말씀입니다.
어떤 사람이 집을 지으려고 할 때, 얼마만큼 벽돌이 필요한지 계산하지 않고, 그 대가를 먼저 계산하지 않고 지으면 중단되고 마는데, 그러면 안 짓는 것만 못하지 않느냐고 반문하셨습니다. 사실 세상에는 가치 있는 것들에 대가없는 것은 없습니다. 신앙생활하고 똑같이 느껴집니다. 영혼의 구원문제와 영혼을 구원하는 이 아름다운 하나님의 나라를 위한 일에는 세상의 그 어떤 무엇보다도 더 엄청난 대가가 전제되어야 되는 것인데, 오늘 우리 신앙생활에 기도나 말씀을 읽는 것 같이 신앙적인 일들에 따르는 대가를 계산하지 않는 습성에 빠져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가졌습니다.
김영갑 사진작가의 정신, 그의 정신에서 우러나온 생명력 있는 사진이 대가를 두려워하지 않는데서 나온 것이었습니다. 이런 예술가를 기억하면서 우리도 주님의 일이나 맡은 일들에 대가를 두려워하지 맙시다. 대가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거기에 분명히 생명이 있고, 하나님이 분명히 개입하시는 놀라운 역사가 있을 것입니다.
/ 대구 CTS 2006. 10.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