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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에세이 사랑을 두려워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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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나는 미국에 있는 큰 아들과 몇 시간씩 길게 국제통화를 했다. 아들의 진로를 결정해야 할 중요한 문제에 대해 서로 관점과 이해가 달라 쉽게 통화가 끝나지 않았다. 결혼을 했으며 유명 대학교에서 박사 논문을 쓸 정도로 성장했음에도, 아들은 교단과 목사 안수, 그리고 새로운 개념의 목회에 대한 자신의 계획과 결정을 부모에게 털어놓을 정도로 다정다감하다. 그래도 나와 아들 사이에 무너뜨리기 힘든 세대라는 장벽이 존재하고 있음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아들은 이 아버지에게 좀 더 자신의 계획과 결정에 담긴 장점들과 가능성들을 인정하고 칭찬해 달라고 요구했다. 나는 나의 의견이 아들에게 인생의 선배로서 이미 경험하고 알고 있는 사실들에 근거한 염려와 충고라고 대응했다. 아들은 내가 걱정하면서 지적하는 것들을 단점들만을 지적하는 것으로 섭섭하게 여겼고, 나는 아들이 논리적으로 따지면서 말하는 것들을 논쟁으로 여기면서 섭섭하게 여겼다. 서로가 상대방으로부터 잘 못 평가를 받는 느낌을 가졌다. 두 사람 사이에 존재하는 유일한 일치감이란 아직도 서로에 대해 다 알지 못하고 있다는 것뿐이었다.

나는 마지막으로 아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하면서 긴 국제 토론을 끝냈다. “아들아, 너 이 아빠 말 잘 들어. 난 너를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더 이상 이런 식으로 대화를 할 수는 없어. 우리의 대화는 아들과 아빠가 서로에 대한 사랑을 전제하고 어떤 말이라도 숨김없이 나누는 거야. 하지만 가족 간의 사랑이 담기지 않은 의견이나 주장, 그리고 상대방에 대한 편견이나 심판이 담긴 말은 더 이상 나누지 말자. 우리의 사랑이 상처를 입기 때문이야. 아들아, 서로에 대한 우리의 사랑을 두려워하자구나.”

며칠 후 다시 아들과 더욱 성숙한 대화를 나누기를 기대하면서 조용히 책상 앞에 앉아 그 대화를 되새겨보았다. 왜 내가 아들에게 양보할 수 없었는지를. 성경은 하나님 아버지의 사랑을 그분이 우리 자녀들을 너무나 사랑하셔서 우리의 삶의 어리석음을 더 이상 참으시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하나님이 우리의 삶에 개입하시는 이유는 우리를 너무나 사랑하시기 때문에 더 이상 그릇된 것들을 참고 볼 수 없기 때문이라고. 이것이 바로 우리가 하나님의 진노를 두려워하지 말고, 오히려 하나님의 사랑을 두려워하는 이유이다. 우리와 하나님 사이에 있는 모든 것들을 쓸어가는 것은 하나님의 진노가 아니라 하나님의 사랑이기 때문이다.

나는 설교자로서 성도들이 나의 설교를 윤리규칙들로 이해하려 할 때, 내 설교가 아직 성숙하지 못했음을 인정한다. 이런 현상은 우리가 십계명을 단순히 지켜야 할 10가지 규칙들로 보는 것과 같이 잘못된 것이다. 우리는 십계명을 우리에겐 정말 하고 싶은 것들이라도 하나님이 원치 않으시는 10가지 규칙들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 무섭고 두려운 하나님을 기쁘게 해 드리려고 행하는 실천사항들로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는 십계명이 어떻게 시작되는지를 놓치고 만다. “나는 주 너희의 하나님이다. 너희를 너무나 사랑하기 때문에, 내가 너희를 노예생활로부터 이 자유의 땅으로 건져냈다.” 이것은 하나님께서 자유인이 된 우리에게 스스로 책임 있게 행동하는 자유의 형식을 기대한다는 말씀이다. 이제 너희는 너무나 자유하기 때문에 다른 우상 신들을 눈치 보며 유혹받아 더 이상 섬길 필요가 없다. 너희는 너무나 많은 것을 받았기 때문에, 너희 이웃들이 가진 것을 탐내지 않아도 될 만큼 자유롭다. 너희는 이제 안식일을 거룩하게 지키고 즐길 만큼 자유하다. 이것은 규칙 조항들이 아니라, 자유의 형식이다. 하나님은 자신들의 삶을 자유의 형식 위에 세우는 자들을 인정하신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부족함에도 은혜를 받아 자유롭게 된 사람이기보다는 스스로 자신의 정당함과 옳음을 내세우며 인정을 받고 싶어 한다. 나는 아들과의 대화에서 더 이상 어떤 주관과 논리, 사실과 경험들에 얽매어 내가 옳다. 나는 정당하며 잘못이 없다.”고 주장하기보다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할 줄 아는 자유인이고 싶다. 아들의 사랑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 대구일보 2010. 3.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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