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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에세이 꽃 한 송이를 제대로 보지 못하는 사람들

  • KALAHKALA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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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좋아하는 별명들이 있다. “호빵또는 초코파이” “호빵목사, 초코파이목사라는 별명은 내가 공군군목으로 군무하던 팔공산 공군부대 군인들이 붙여준 애칭이다. 특별히 밤에 외곽지역 초소를 지키고 있는 경계초병들을 위문할 때 붙여진 별명들이다. 산꼭대기에서 적막한 밤마다 경계를 서는 초병들은 외롭다. 쓸쓸한 밤을 혼자 지새운다. 초병들은 고독함을 달래기 위해 서로 무전기로 노래자랑대회를 하든지 연애이야기를 털어놓는다. 간혹 우울증에 빠져 자살하는 총기 사고나 절벽 낭떠러지로 뛰어내리는 자살사고도 일어난다. 이런 사고를 미리 방지하기 위해 군목은 자주 야밤에 초소들을 위문한다. 먹을 것들을 들고 찾아가 상담도하고 같이 기도도 한다. 사람들의 눈에 드러나지 않지만 중요한 사역이다.

그런데 초병들과 함께 잠을 자지 못하는 또 한 사람이 있다. 그 부대의 책임자, 부대장이다. 레이더 사이트의 부대장은 초병들이 긴장감을 늦추지 않도록, 깨어 있도록 하기 위해, 예고도 없이 짚을 타고 산악 외곽부대를 순찰한다. 그 부대장이 사병들에게 항상 요구하는 말은, “철저하게 경계하라. 항상 깨어 있으라.”라는 것이다.

동일한 요구가 성경에도 있다. “경계하라.” “항상 깨어있으라.” 이 짤막한 말들은 예수님이 자신의 생애 마지막 주간을 보내면서 제자들에게 하신 말씀이다. 이런 그의 충고가 오늘 편안한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우리가 기다리고 있는 것에 관해 그분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음을 말하는 것이다. 예수님이 알고 계신 것은 언제 도끼가 나무 위에 떨어질지, 언제 아기가 태어날지, 그리고 언제 하나님의 나라가 올지 같은 것들을 기다리는 것에 대한 것이 아니다. 그분이 알고 계신 것은 기다린다는 것이 어떻게 일종의 고독한 감금 또는 제한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기다림으로 인해 고독하게 갇히게 되면 모든 감각들이 무뎌지고 생각이 방황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수님은 우리가 무엇인가를 기다리는 동안 얼마나 쉽게 잠에 빠지는지, 또한 초조해서 손톱들을 물어뜯어 피를 나게 하는지도 알고 있다. 우리가 기다리고 있는 그 한 가지가 빨리 오지 않기 때문이며 그리고 우리가 그것을 마음대로 오게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별한 어떤 것을 기다리고 있을 때, 우리의 두뇌는 기다리고 있는 것 이외의 모든 것들을 제외하는 방식을 취한다. 그런 것을 경험한 적 있는가? 만일 여러분이 새벽 2시에 집 앞 도로위에 어떤 자동차 하나가 나타나기를 기다리고 있다면, 그것도 갓 운전면허증을 딴 18살 먹은 아들이 몰고 나간 자동차가 아직 집에 돌아오지 않는다면, 여러분에겐 비행기가 지나가는 굉음이나 냉장고의 엔진소리가 꺼지는 소리조차 전혀 귀에 들어오지 않을 것이다. 여러분의 두 귀, 여러분의 전 존재가 하나의 주파수에만 맞춰진다. 아들이 몰고 나간 여러 달 동안 미뤄왔던 엔진 조율이 안 된 중고차의 덜거덕거리는 소리에만 맞춰진다. 만일 그 자동차 소리를 기다리고 있는 여러분에게 누군가가 말을 걸려한다면, 여러분은 듣는 척만 할 것이다. 아들의 자동차가 동네 거리로 들어오는 소리를 들을 때까지는 다른 소리는 귀에 들어오지 않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우리가 무엇인가를 기대하고 있을 때는 그 이외의 어떤 것에 주의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증명했다. 아무리 잘 지켜보더라도 우리의 기대가, 우리가 알고 있는 사전 지식은 주위에 무엇이 있는지를 보지 못하도록 방해할 것이다. 우리 대부분은 자신이 관심을 가진 나무 하나에만 시선을 집중할 뿐 주위의 모든 나무들을 보지 않는다. 바람직한 인생을 살고 싶다면 한두 가지에 집중하여 너무 열심히 찾을 필요가 없다. 오히려 우리의 삶의 매우 평범한 사건들 속에서 진리를 발견할 수 있다.

그래서 화가 조지아 오키프(Georgia O'Keeffe)는 이런 말을 했다. “어느 누구도 진정으로 꽃 한 송이를 보지 않는다. 꽃 한 송이를 보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마치 친구 하나를 사귀는 것처럼 시간이 걸린다.” 우리도 주변사람들로부터 매일 이런 말들을 듣는다. “나는 시간이 없어요. 나는 시간이 부족해요.” 나 스스로도 그렇게 말한다. 그러나 있는 그대로의 진리는 내가 항상 시간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나는 테레사 수녀나 6개월 된 갓난아기보다는 다소 시간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들과 중요한 차이 한 가지란 그 동일한 시간을 내가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에 관해 다르게 결정한다는 것이다.

 

/ 대구일보 2010. 2.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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