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에세이 우리는 너무 현실적이다
- KALA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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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나이 많은 여인이 있었는데 매우 비현실적이었다. 그것이 주위 사람들을 신경 쓰이게 하기 시작했다. 매주 꽃병 하나를 주방 조리대 위에 정성스럽게 올려놓는 것으로 보아, 그녀가 그것 이외에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것처럼 보였다. 분명히 그녀는 그 일을 너무 좋아한 나머지, 다른 일들은 전혀 할 수 없는 마비증 환자처럼 보였다. 주위 사람들의 눈에는, 그녀가 제정신으로는 마땅히 해야 할 일들을 할 수 없을 정도의 마비증 환자였다.
이 여인은 신학교 근처에서 가난한 신학생들에게 방을 대여하는 것으로 생활수단을 삼고 있었다. 그 하숙집 식당에는 고급 유리로 된 크리스탈 꽃병(Steuben Glass) 하나가 희미한 조명을 받으며 주방 조리대의 구석진 곳에 홀로 서 있었다. 그것은 가난한 신학생들의 눈에는 이제까지 보지 못한 가장 아름다운 꽃병이었다. 그 꽃병의 모양은 중심부분이 깊고, 위로 올라오면서 곧 바로 넓어지고 편평한 모양의 가장자리에로 퍼져나가는 듯했다. 그래서 그녀가 신선한 튤립들로 꽃병을 가득 채울 땐, 꽃들은 곧 졸리듯 가장자리 쪽으로 사르르 넘어지곤 했다. 하지만 가장자리에 나란히 기대 있는 튤립들은 곧 우아하게 소용돌이치듯 정렬된다. 그녀는 그런 꽃병을 좋아했고 그 하숙집 학생들도 그랬다.
그 하숙집의 스튜번 유리병은 부유한 사람들의 눈에는 결코 낯설지 않은 고급제품이다. 미국 뉴욕의 번화가 맨해튼 5번가에는 대형 고급상점들이 모여 있다. 그 가운데 스튜번 글라스 가게가 하나 있다. 그런데 가게라기보다는 박물관에 가까울 정도로 실내가 어두운 조명들로 꾸며졌다. 길을 지나가는 사람들은 쇼윈도우를 통해 어두운 실내에 정리된 유리병들의 가격표를 보는 순간 숨이 꽉 막힌다. 평범하게 보이는 꽃병 하나의 가격이 천 달러이고, 그보다 좋은 꽃병은 5천 달러, 그리고 작은 테디 베어 모양의 크리스탈 꽃병은 1만 달러의 가격표를 달고 있다.
여러분은 내가 다음에 무엇을 말하려는지 짐작할 것이다. 그 하숙집에는 가난한 신학생 두 명이 살고 있었다. 어떤 날, 집 주인이 집을 떠나 있는 동안, 한 학생이 그 값나가는 스튜번 꽃병에 꽂혀있던 튤립들을 꺼내 씻다가 꽃병을 싱크대 위에 떨어뜨렸다. 꽃병의 가장자리에 삼각형 모양으로 약 1.6cm(1인치)가 깨졌다. 그리고 그 충격으로 중심부에서 밑에까지 삼각형 모양으로 금이 갔다. 사고를 친 학생은 매우 가난했기 때문에 어찌할 바를 몰라 울 수밖에 없었다. 그 학생은 이미 죽는 것 같은 비애감을 가지고 떨면서 그 깨진 꽃병을 맞춰 조리대 원래 자리에 올려놓았다.
집으로 돌아 온 집주인은 자신이 사랑하던 꽃병이 약간 깨진 것을 알아차렸다. 그런데도 주인은 마치 깨진 꽃병과 사별한 것처럼 화를 내지 않았다. 그리고 며칠 동안 그 꽃병을 부엌 찬장 위에 그대로 두었다. 마치 아무 것도 할 수 없이 마비된 것처럼. 그녀는 그 깨진 꽃병을 볼 때마다 자주 “아마 회사 사람들이 언젠가 고칠 수 있을 것이야.”라고 말하면서 은근히 신학생들에게 가냘픈 한 가닥의 용기가 되돌아오기를 기대하였다. 하지만 그 학생들은 철두철미하게 현실적으로 대답했다: “아주머니, 이처럼 깨진 크리스탈 병은 다시 붙일 수 없어요.”라고. 그녀도 그 점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매우 비현실적이어서, 그 점이 신학생들을 걱정되게 하였다. 그녀는 분명히 그 꽃병을 너무나 사랑해서 현실에 대해 마비된 것이었다. 그래서 우리 모두가 알고 있듯이, 그녀는 직면해야할 실체를 바로 볼 수 없었다. 재는 재로, 먼지는 먼지로, 모래는 스튜번에로 그리고 다시 모래로 돌아간다는 사실을.
신학생들이 옳았다. 그들이 철두철미하게 현실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에 우리가 알아야할 것이 있다. 우리에겐 집주인이 자신의 사랑하던 꽃병에 대해 엄청난 희망을 부여하던 것에 대해 훨씬 더 많은 주의를 기우려야 한다.
“내 생각은, 스튜번 회사에 전화를 걸어 그들이 그 깨진 꽃병을 고칠 수 없는지를 알아보려고 해.” 그녀는 한 번 더 상담학을 전공하는 학생에게 말했다. 그녀의 눈과 마주친 학생은 집 주인이 현실을 직시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자신의 눈을 굴리지 않으려 애를 썼다. 학생의 반응에 놀라지 않은 그녀가 마지막으로 행한 것은 회사에 전화를 걸은 것이었다. 그녀는 그들에게 말했다, “내가 사랑하는 꽃병인데, 이렇게 전화를 거는 것이 미친 짓이라는 것을 나도 알아요, 그러나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무언가를 알려주실 것 같아서요.”라고.
회사는 말했다, “당신이 입은 손실에 대해 매우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당신이 말하고 있는 그 꽃병은 더 이상 생산되지 않습니다.” 그 상담학생도 이와 같은 말을 하지 않았는가? 그러나 회사가 다음에 한 말이 그 학생을 움찔 놀라게 했다. 그들이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만일 당신이 그 깨진 꽃병을 우리 상점으로 가져온다면, 우리 회사의 예술가들이 우리의 비용으로 원상태로 돌려놓을 수 있을 것입니다. 무료로 우리가 생산이 끊어진 그 꽃병의 모양을 복사해서 되돌려 놓을 것입니다.” 그 회사는 고객들이 사용하다 깨뜨린 제품들에 대한 비싼 대가를 스스로 담당하곤 했다.
우리의 현실, 진실, 실체는 너무 작다. 우리의 현실들은 이렇게 말한다: “당신은 깨진 크리스털 꽃병을 다시 붙일 수 없습니다.” 이런 현실들은 사실이고, 진실이다. 그러나 너무 작다. 우리들은 너무 현실적이다. 우리는 그 깨어진 꽃병이 평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그 꽃병은 값비싼 스튜번 제품이다. 그런데 우리는 그 깨진 꽃병 뒤에 그 꽃병의 재료와 제작자가 있음을 생각하지 못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는 그 깨진 꽃병을 지극히 사랑하시는 창조주 하나님이 계심을.
/ 대구일보 2010. 1.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