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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에세이 낯선 사람이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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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해 전에 팔레스타인을 방문하였을 때, 예루살렘에서 여리고로 내려가는 중간 지역에서 유목생활을 하던 한 베두윈(Bedouins) 가족을 만났다. 그 가족은 착한 사마리아인이 강도당한 사람에게 물과 음식, 그리고 숙소를 제공한 곳으로 알려진 우물가에 천막을 치고 주위에 풀어 놓은 양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날 베두윈 남자는 여행객으로 그냥 지나가는 이방인들인 우리 일행을 너무 쉽게 자신의 천막 속으로 초대했다. 우리에게 특별히 보여줄 것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떠돌이 천막생활을 하는 가난한 가장이 정작 우리에게 보여준 것은 전혀 기대하지 못했던 후한 손님대접이었다. 그들은 우리를 지나가던 천사들로 반기며 귀한 음식으로 대접했다.

이 남자는 평소와 매우 다른 행동을 보여줬다. 원래 베두윈 가정의 가장은 가정생활에서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않고 후한 대접을 받는 존재이다. 아무리 힘든 일이라도 여성들과 자녀들이 담당한다. 그런데 이런 가부장적 상황이 갑자기 바뀌는 때가 있다. 지나가던 낯선 이들이 방문할 때이다. 손님을 대접하는 일은 전적으로 가장에게 달려 있기 때문이다. 가장은 분주하게 양을 잡아 요리를 하며, 땀을 흘리며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정중하게 낯선 이들에게 받친다. 그들은 지나가는 낯선 이들을 후하게 대접함으로 우연히 천사들을 만난 성경의 아브라함 이야기를 사랑한다.

유목민들이 낯선 이들에게 보여주는 환대가 바로 우리 사회와 문화를 더욱 깊이 있게 만들 수 있다. 현재 우리의 문화 속에는 친밀함을 지향하는 태도가 너무 강하다. 우리 생활과 인격의 발전은 가까운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만 이루어진다고 믿고 있다. 낯선 사람들을 맞이하고 환대할 공간이 사라졌다. 아파트 주거 문화가 지나가던 나그네를 대접하고 방을 내주던 옛 풍습을 삼켜버렸다. 우리가 세계와 사회의 문제를 우리 자신의 문제로 여기지 못하고,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방법이 무엇인지 생각할 필요도 느끼지 못했다. 모두가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지금 우리의 경제 문제는 더 심각한 문제인 윤리 문제이기도 하다.

사회가 사적이며 친밀한 관계에만 의존하면 정작 따뜻하고 친구 같고 가족 같은 사회를 만들려는 시도는 실패하고 만다. 왜냐하면 가까운 사람들끼리의 친근함, 따뜻함, 그리고 익숙함이 사회를 발전시키는 것이 아니라, 낯선 자들에게 베푸는 환대가 지혜롭고 사랑이 넘치고 정의가 살아 있는 사회를 만들기 때문이다. 우리가 사회에서 사적으로 경험한 친밀함은 아직도 모든 낯선 사람들을 공적으로 맞이하기에는 불충분하다. 사적인 것을 공적인 것에 투사하려할 때 내적으로나 외적으로 매우 많은 낯선 사람들을 배척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의 불충분한 친밀함을 낯선 자들에게 베푸는 환대로 대치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 세상에 낯선 사람들이란 전혀 없다. 오직 우리가 만나지 못해 아직 친구가 되지 못한 사람들만 있을 뿐이다. 우리의 친절과 따뜻함이 더욱 낯선 자들에게로 향해야 하고, 환대로 나타난다면, 누구나 친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오늘날 낯선 자들에게 베푸는 정의만큼 중요한 것은 없을 것이다. 우리가 낯선 자들에게 환대를 보여주는 것은 단순히 그들이 그것을 필요로 하기 때문만이 아니다. 우리 역시 그것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집이나 직장, 또는 교회 문 앞에 찾아온 낯선 자들은 우리들 역시 이곳에 낯선 자들이었음을 상징하고 기억나게 하는 살아있는 증인들이다. 우리도 순례자요 방황하는 자, 이방인이요 낯선 자들이었다. 그러므로 낯선 자들에게 환대를 보여주는 것은 우리도 당신들과 함께 여기에서는 걸인들임을 말하는 것이다.

성경에는 우리가 다른 이들에게 환대를 보여줌으로 우리가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하게 될 것이라는 약속이 있다.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누구든지 자신의 이름으로 아주 보잘 것 없는 사람이라도 환영하는 자는 곧 자신을 환영한 것이라고 가르치셨다. 낯선 자들에게 환대를 보여주기를 주저하지 말라고 말하는 이유는 그렇게 함으로 우연히 천사들을 대접하기 때문이다. 항상 우리의 집, 직장, 교회에 오는 손님들을 천사들로 대접해야 한다. 낯선 이를 직접 만날 때는 우리와 다른 사람을 만날 뿐 아니라, 우리의 과거와 현재의 모습을 보여주는 궁극적으로 낯선 자, 피할 수 없는 타자, 하나님을 만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 대구일보 2009. 11.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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