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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에세이 마지막 춤을 함께 할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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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사람이 서로 마주보는 길거리에 동일 종류의 물건들을 파는 가게를 운영하고 있었다. 먼저 가게를 시작한 주인이 물건의 가격을 내리면, 그를 따라 건너편 가게의 주인도 가격을 내리면서 가능한 한 서로를 능가하려고 경쟁하는 사이가 되었다. 어느 날 저녁, 하나님의 천사가 먼저 가게를 시작한 주인에게 찾아와 말했다. “하나님이 너에게 나를 보내시면서 한 가지 소원을 들어 주라고 말씀하신다. 아무리 터무니없는 소원이라도 다 들어줄 것이니 말해 보라. 네 소원이 무엇이냐?” 그는 자신의 경쟁자를 생각하며 대답했다. “저의 소원은 이것입니다. 저의 한 쪽 눈을 멀게 해 주세요.” 그는 상대방 경쟁자를 너무 인식한 나머지 매일 자신을 파멸시키는 사악한 행동과 마음가짐으로 악순환을 만들고 있었다. 상대방을 용서할 수 없었던 그는 상대방으로부터 얻은 상처를 스스로 키우고 있었다.

 

용서하라는 말이 얼마나 멋진가? 우리 대부분은 용서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용서하라는 말을 들으면, 곧 바로 우리 생각 속에 잠자고 있던 아픈 기억들이 깨어나기 시작한다. 용서를 생각하는 그 자체만으로도 국가와 사회에서 일어난 흉악한 범죄들을 떠올리게 된다. 강간 범죄, 어린이 학대, 가정 폭력 등. 범죄가 끊이지 않는 사회 속에서 상처 받은 자들의 아픔과 고통의 깊이를 이해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래서 우리는 용서가 과연 이런 사회에 그리고 범죄자들에게 정말 변화를 가져다줄지 의문하게 되고, 만약 변화가 일어난다 해도 어떻게 변화가 일어날지 미리 알 수 없다. 용서를 생각하는 것은 또한 매일 일어나는 다른 사람들과의 작은 갈등들을 생각나게 한다. 이런 갈등들은 사소하지만 쓴맛을 보여 준 불쾌한 일들이며, 어떤 때는 더 크고 괴로운 상처로 곪게 만들었다.

 

해를 거듭할수록 개인, 가정, 직장, 사회, 국가, 심지어 교회 안에서도 깨어진 관계와 상황들이 해결되지 않고 더 많은 충돌들로 인해 상처가 깊어지고 있다. 이런 현실을 보면서도 해결을 열망하고 깨어짐이 없는 내일로 향하는 길을 찾는 책임을 지려는 사람들을 찾아보기 힘들다. 우리는 용서를 생각만 하지 실천할 용기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있다.

 

먼저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용서란 한 번에 끝낼 수 있는 대단한 행위가 아니라는 것이다. 용서를 실천하기 어려운 이유는 수 년 동안 나에게 고통과 상처를 준 상대방을 한 번에 용서하려 하기 때문이다. 용서는 매일 자주 실천할 때 가능하다. 왜냐하면 우리는 평생을 용서하며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사회 속에서 살아가려면 누구나 크든 작든 상처를 받게 된다. 사실, 상처를 받기만 하는 사람이나 상처를 주기만 하는 사람은 없다. 다만 빨리 용서를 하지 않음으로 상처를 키우는 사람들은 많다.

용서는 아름답지만 익숙하지 못한 춤을 추는 것과 같다. 스스로 아니면 누군가의 초청에 의해 어색한 자세로 스텝을 밟는 것과 같다. 우리 자신을 과감하게 상대방에게 내맡기면서 춤을 추는 것과 같다. 상대방과 함께 춤을 잘 추려면 따로 연습을 해야 하듯 용서도 매일 자주 연습해야 한다. 용서는 새로운 요구를 받아들이고, 새로운 진리를 말하고, 함께 새로운 길을 가는 혁신적인 몸짓, 자신을 상대방에게 내어놓는 마지막 춤이다.

 

어떤 종류의 말, 몸짓, 행동이 용서를 위한 마지막 춤이 될 수 있을까? “이 일을 해 주신 친절에 감사드립니다.” 아니면 당신을 용서합니다. 다시 시작해 봅시다.” 아니면 죄송합니다. 용서를 빕니다.” 같은 말. 또는 악수의 몸짓도 여기에 속한다. 원래 악수는 오른손에 아무 무기도 들고 있지 않음을 증명하는 표현으로 시작된 인사이다. ‘용서의 선언을 작성하여 서로 교환하며 상대방과 업무 처리를 의식화하는 작업으로 진행할 수도 있다. 아니면 환대의 표시로 음식을 주고받을 수도 있다. 이런 몸짓을 통해 자신의 무엇인가를 상대방에게 전하게 되며 이를 통해 새로운 관계를 열 수 있는 가능성이 시작된다. 오늘 당신은 누구와 마지막 춤을 출 것인가? 당신의 용서를 기다리는 사람과 춤 한 번 추시기를.

 

/ 대구일보 2009. 10.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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