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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에세이 다시 불을 붙이는 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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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학교를 자랑하고 소개할 때 전통 있는이란 수식어를 붙이기를 좋아한다. 우리 주변에 전통 있는 학교들이 많은 이유이다. 하지만 전통 있는 학교란 표현은 가장 평범한 소개일 수 있다. 무슨 전통이 있는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으면 그냥 과거로부터 이어 온 단지 역사가 오래된 학교라는 표현일 뿐이다. 또한 전통 있는 대학을 많이 알려진 대학이나 유명한 대학이라는 의미로 말할 수 있겠지만, 어떤 전통을 말하는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을 때는 대학이 어떤 변화에도 극도로 주저하는 보수적인 학교라는 부정적인 의미를 지닌 전통적인 대학임을 드러내는 것이 된다. 누구나 변화가 없는 오랜 역사를 지닌 거대한 대학보다 변화를 추구하는 젊은 대학, 아담한 대학을 선택할 것이다.

전통은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귀중한 선물이다. 후세대는 단지 역사적인 전통을 기록하고 기억하고 자랑하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고, 그 전통을 현재 상황에 대한 객관적인 비판과 미래에 대한 비전을 창조하는 역사적인 텍스트로 삼아야 한다. 이것을 체코의 지휘자이며 작곡가였던 구스타프 말러는 전통은 타고 남은 재들을 숭배하는 것이 아니라, 불꽃을 보존하는 것이다.”라고 표현했다. 이 말은 아무리 귀중한 전통, 선물을 받았어도 부채질을 열심히 하지 않으면 그 불꽃은 사라지고 말 것이라는 깊은 의미를 담고 있다.

말러는 어느 날 자신이 이전에 먼저 세상을 떠난 모든 음악가들에게 빚을 졌다는 것을 깊이 깨닫기 시작했다. 그는 선배들이 남겨준 그 빚을 갚는 것을 슈베르트와 베토벤의 영감을 쫓거나 모차르트와 동일하게 곡을 연주하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았다. 오히려 청중 속에서 브람스의 곡 돈 죠바니를 지휘하거나 슈만의 심포니를 편곡하는 어려운 일들을 선택하였다. 남겨진 석탄에 부채질을 하듯 선배 음악가들이 물려준 귀중한 보물의 불꽃이 밝게 타오도록 부단히 노력했다. 말러의 후배 음악가들은 그로부터 타고 남은 과거 음악가들의 재들에 다시 부채질을 하여 그 불꽃을 보존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으며 전통을 지킬 수 있었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사도 바울은 전통을 지키는 것을 우리 속에 간직하고 있는 하나님의 선물에 다시 불을 붙이는 것이라고 표현한다. 예수 그리스도에 관한 복음을 전한 이유로 로마의 감옥에 갇혀 사형을 기다리던 바울은 아들과 같은 젊은 디모데에게 생명의 위험을 감수하면서 지켜온 복음사역을 유언처럼 부탁한다. 부모와 선배들로부터 물려받은 보물 같은 전통을 타버린 재로 여겨 박물관에 보관하지 말고 다시 불꽃이 살아나도록 힘쓰라고.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열정을 잃지 않고 부채질을 하는 것이 전통이라는 귀중한 보물을 지키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현재 종사하고 있는 음악, 수학, 축구, 신앙 등의 영역들에서 적용해야 하는 방식이다. 어느 누구라도 부채질을 하려 하지 않으면 불을 살릴 수 없다. 어느 누구도 자신 속에 불꽃을 일으키려 하지 않으면 전통을 살릴 수 없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임명식이나 안수식과 같은 의식을 통해 물려받은 귀중한 전통에 다시 불을 붙이려 한다. 이런 의미에서 전통과 같은 좋은 보물을 지키려면 자주 의식이나 훈련을 통해 각 사람 속에 잠재되어 있는 재능에 다시 불을 붙이는 일이 선행되어야 한다.

1800년대 중반에 미국의 남부 조지아 주에 살던 인디언 체로키족은 총을 앞세운 정부군의 위협에 의해 강제로 고향을 떠나게 되었다. 하지만 그들은 쫓겨나면서도 자신들이 사용하던 불, 거룩한 불을 끄지 않았다. 중부 오클라호마로 피난을 가는 중에도 살아남은 재들을 긁어모아 다시 불을 붙이면서 그 거룩한 불을 보존하는 사명을 몇 사람에게 임명했다. 수천 명의 체로키족들이 그 피난 길 위에서 죽었지만, 그 불은 죽이지 않았다. 비록 플라스틱 담배 라이터, 발효용 목탄, 유황이 붙은 성냥개비들 없었지만, 불을 지키는 자들과 석탄을 나르는 자들은 어려움 속에서도 불이 꺼지지 않도록 노력했다. 수년이 지나면서 그 거룩한 일을 맡은 자들이 사라졌지만, 그들이 지킨 불은 꺼지지 않고 모든 사람들을 계속 살아 있도록 만들었다. 1900년대 초기에 고향으로 돌아올 때, 한 원로가 수년 동안 계속 지키고 있던 붉은 천의 옷을 들고 나타났다. 그 옷 안쪽에는 오클라호마의 거룩한 불로부터 온 숯들이 있었다, 그 불이 백년 이상 전에 여행했던 모든 길을 따라 되돌아 온 것이다.

어느 누구도 보존해 온 숯들을 숭배하지 않았다. 그 대신, 누군가 후세대가 다시 그 숯에 불을 지필 수 있을 날까지 이 좋은 보물을 지켰다. 모든 이가 바라보는 앞에서, 그 원로가 불구덩이의 중앙에 그 숯들을 놓고, 그 위에 마른 이끼들을 덮고, 솔 나무로 불쏘시개를 삼고, 하얀 떡갈나무 토막을 잘 마르게 했다. 그리고 그 불을 지키는 자가 앞으로 걸어 나갔다, 불꽃이 이끼 속에서 일어나 작은 연기가 곧게 솟아오를 때까지 쇠붙이로 부싯돌을 쳤다. 주위에 둘러선 모든 사람들도 불꽃을 다시 살리기 위해 자신들의 숨을 불어넣고 있었다. 그들은 함께 자신들의 마음에 불을 지피며 다시 불붙게 함으로 전통을 살리고 있었다.

 

/ 대구일보 2009. 7.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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