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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에세이 가장 믿을 수 있는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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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사회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교양 있는 대화의 단골 메뉴는 경제, 정치, , 그리고 종교에 관한 이야기들일 것이다. 이런 민감한 주제들에 관한 대화를 할 때, 우리는 전통적인 견해나 오래된 지혜를 존중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보수, 중도, 진보라는 이름들로만 우리가 말하고 싶어 하는 모든 것들을 판단한다면 성숙한 대화는 지속될 수 없을 것이다. 특별히 지역성과 주장이 강한 사람들과 정치나 경제, 사회에 관한 대화를 나누다보면 같은 편인지 아닌지가 쉽게 구분된다.

최근 나는 그런 사람과 대화를 나누다가 점점 나도 내 자신의 의견만이 대체적으로 옳다는 주장에 머물려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결국, 나는 성숙한 대화를 통해 내 이웃에게 더 가까이 갈 수 있는 기회들을 잃어버렸다. 사실 나는 그런 안타까운 일이 일어나고 있음조차 몰랐다. 나중에 나의 주장과 이웃의 주장 사이에 있는 차이점이란 단지 각자가 들은 뉴스 출처들의 차이뿐이었음을 알고는 더욱 허탈했다.

어느 날 저녁시간에 한 이웃이 나의 집을 방문했다. 마침 우리 두 사람은 11살 먹은 소녀가 납치당해 살해된 TV 뉴스를 듣게 되었다. 그 뉴스는 우리 두 사람을 사형제도에 대한 논쟁으로 이끌었다. 처음에는 우리의 대화가 사회에서 악한 일들이 확산되는 것을 막으려면 범죄자들에게 치명적인 사형을 집행해야 한다는 찬반논쟁으로 출발하다가, 어느 순간 이라크 전쟁에 대한 찬반논쟁으로 2회전을 맞이했다. 우리는 각자 자신의 귀속에서 휘파람처럼 들리고 머리에 저장되어 있던 뉴스 정보들을 계속 끄집어내면서 주제들을 빠르게 바꿨다. 마침내 사회문제에 대한 두 사람의 찬반 의견은 미국과 우리나라의 이라크 파병 결정이 무엇보다 먼저 국제연합(UN)의 지지를 얻은 것인지에 대한 논쟁으로까지 확대되었다.

그 이웃은 여러 나라들이 이라크 파병을 결정한 이유는 석유와 일자리를 얻으려는 정책 때문이라고 말했다. 반면, 나는 그 나라들의 파병을 결정한 배경에는 이라크가 자국을 직접 공격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제 아래 자국의 이익을 위해 다른 나라를 공격하기 원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점점 우리 두 사람은 손으로 여러 개의 땅콩을 집어 입속에 넣은 후 곧바로 으깨 씹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것을 의식하지 못했다. 그리고 우리는 대량살상무기와 중동 나라들과의 관계에 대한 지혜들을 제시하면서 끝없는 결투를 했다. 그렇게 하는 동안, 우리 각자는 가능한 상대방이 결코 들어본 적이 없는 뉴스들을 가지고 자신의 주장을 지원 사격했다.

결국, 나는 얼마 전 내가 읽었던 잡지의 글을 숨긴 채, 그에게 당신의 뉴스 출처는 무엇이에요?”라고 물었다. 그는 특별한 것은 없는데요.”라고 짧게 대답하고는 나를 향해 되받아 물었다. “나는 항상 진보적인 방송을 듣는데, 당신은 어떤가요?”라고. 나는 내가 즐겨 듣는 방송과 구독하고 있는 신문의 이름을 언급했다. 그는 그래요? 그 방송과 신문은 보수적인데...”라고 말끝을 흐렸다.

그러나 갑자기 뉴스 출처에 관한 질문이 우리의 모든 대화를 바꾸기 시작했다. 우리는 각자 이라크에 관해 뉴스로 들은 것들을 제외하고는 그 어떤 것도 알지 못하고 있음을 서로에게 인정해야 했다. 우리는 둘 다 서로의 주장을 이끌어간 뉴스 출처들을 확인하지 않았으며, 더구나 그렇게 하려 하지도 않았다. 우리 각자가 사실이라고 믿었던 것은 많은 다양한 뉴스 출처들 가운데 우리가 스스로 선택한 것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여하튼 그런 깨달음이 우리의 논쟁의 열기를 식혀주고, 땅콩을 집어 먹는 양과 속도 또한 줄여주었다. 우리는 중동지역에 관해서는 우리가 이해하지 못한 것들이 많다는 것에 동의했다. 그 이웃이 일어나 집을 떠날 때 우리는 즐겁게 웃으면서 악수를 나눌 수 있었다. 그는 헤어지면서 이런 말을 남겼다. “다음에는 종교와 신앙에 관해 대화하죠. 왜냐하면 저는 그런 것들에 관해 아는 것이 없거든요. 다음에 만나면 저는 질문만 던질 것입니다.”

그를 엘리베이터에까지 배웅하면서 내가 깨달은 것은, 아무리 우리가 주제를 선택한다 해도, 여전히 우리의 주장의 근거가 되는 뉴스 출처들에 관하여 먼저 질문해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주제가 경제, 정치, , 종교 등 무엇이든, 모든 사람은 그것들에 관한 하나의 뉴스 출처를 가지고 있다. 지금 이런 주장을 하는 나조차도 더 이상 충분하지 않은 뉴스 출처를 가지고 모든 사람이 하나의 뉴스 출처를 필요로 한다고 말하고 있다. 정보가 홍수처럼 넘쳐나는 세계에서 진리란 어떤 사람이나 뉴스가 전해주는 것보다 더 크고 넓으며, 높고 깊다는 것을 기억한다면, 시시각각 뉴스 출처들을 얻는 채널들을 하나로 고정하지 말고 바꾸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다양한 뉴스 출처들로부터 내가 깨달은 것은, 어떤 순간에도 내가 가장 믿을 수 있는 최고의 진리는 바로 내 앞에 앉아 있는 사람이라는 것, 그리고 그를 어떻게 대하느냐가 내가 믿고 있는 모든 것들에 대한 최선의 표현이라는 것이다.

 

/ 대구일보 2009. 7.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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