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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에세이 하나님을 길들이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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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원에서 목회를 하는 원목들에게 가장 두려움을 주는 전화들은 응급실이나 정신병동, 또는 시체보관실이아니라 소아과 병동으로부터 온다. 그 곳에는 어린 아기들이 붕대로 머리 반쪽을 두르고는 테두리 난간이 있는 침대에 누워있다. 그리고 그 귀여운 얼굴, , 팔 다리에는 여러 개의 주사바늘이 꽂혀 있다. 아직 형성되지도 않은 두 뺨에 흘러내리는 눈물방울들과 신음소리, 그리고 허공을 가르는 팔과 다리가 아기들의 고통을 말해줄 뿐이다.

이런 아기의 모습은 그 엄마에게 엄청난 두려움을 준다. 아기의 엄마는 자신에게 아니 사랑하는 아기에게 그런 일이 왜 일어났는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제 아기에게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은 제가 받은 벌이죠. 이 빌어먹을 담배를 끊지 못한 것 때문에 일어난 벌이에요. 하나님은 다른 방법으로는 나를 돌이키게 하실 수 없었어요. 그래서 그 분은 내 아기를 아프게 하신 것이에요.” 이런 고백을 하는 엄마는 마치 사이렌이 우는 것 같이 통곡한다. “이제는 담배를 끊으려 해요. 그러나 이젠 너무 늦었어요. 내 딸을 죽이고 있잖아요!”

목사라면 하나님은 벌을 주시는 분이라는 그 엄마의 말을 듣고 있기 힘들다. 목사는 그녀의 말을 듣고는 반사적으로 목회상담을 하듯 신학적인 말을 한다. “저는 그런 하나님이라면 믿지 않겠어요. 제가 알고 있는 하나님은 그와 같은 일을 행하시지 않으세요.” 목사의 반사적인 반응은 그녀가 기대하였던 말이 아니었다. 순간적으로 목사의 말은 그녀의 세계관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그녀는 멀리 떠나 안 계신 하나님이나 변덕스러운 하나님보다 벌주시는 하나님을 더 선호하였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목사는 사랑의 하나님을 그녀의 아기에게 벌로 뇌종양을 주신 하나님과 화해시키려 하였다. 만일 자신의 아기에게 잘못한 어떤 것이 있었다면, 그 때에는 분명히 설명이 가능한 어떤 이유가 있어야 했다. 그런데 그녀는 스스로 자신이 기꺼이 하나님으로부터 벌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그 이유가 되려 했다. 그런 이유가 그녀에겐 최소한 아기에게 일어나는 큰 재앙이라도 받아들일 수 있게 하였다. 누가 이런 생각을 하는 엄마를 어리석다고 탓할 수 있겠는가?

사실은, 하나님에 관해 다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우리들까지도 그와 동일한 방식으로 반응한다. 우리에게 재난이 일어나면 혹시 내가 잘못 한 것 때문은 아닌지 의심하기 시작한다. 우리의 언어와 행동, 대인관계, 음식조절, 신앙생활 등을 자세히 조사하기 시작한다. 우리가 이렇게 그 재난의 원인을 자세히 살펴보고 설명하려는 이유는 그렇게 함으로 재난을 멈추게 할 수 있을 것으로 희망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렇게 하는 참 이유는 우리가 진실보다 일의 결과들에 더 관심을 가지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우리 삶에서 일어나는 혼돈스런 일들을 억제해 보려는 것이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은 이런 방정식이 삶에서 일어나는 많은 문제들을 시원하게 풀어준다고 생각한다. 나쁜 일들은 오직 나쁜 사람들에게만 일어난다고. 그들에게 벌을 주는 이유는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는 하나의 경고라고. 분명히 이런 방정식은 매우 유혹적인 대답이다. 하지만 이 방정식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주위에서 일어나는 것들에 의해 두려워하고, 또한 이성적으로 두려워 할 좋은 이유들을 찾기에 바쁘다. 그들은 자신들의 방식에 따라 노심초사 재난을 불러올 수도 있을 미끼와 이유를 찾기 위해 마음을 샅샅이 살핀다. 심지어 그들은 자신들의 실수 목록을 만들면서 밤을 지새우기까지 한다. 머릿속에 공포를 생산하면서. 이런 방식으로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다는 생각은 망상이다.

연약한 우리에게 재난이나 두려움을 주는 일들은 언제라도 일어날 수 있다. 그렇다고 비난 받을 필요나 그 일들이 우리가 하고 있는 것을 멈추게 할 필요도 없다. 두려움이 우리 안에서 만드는 그 비탄의 장소가 사실은 하나님을 만날 수 있는 지성소이기 때문이다. 두려움이 우리에게 상처를 주어 두려움 속에 계속 머물게 하거나 그 두려움을 느끼게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죽음으로 이끄는 상처가 아니라 생명으로 인도하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 마음속에 공포가 밀려들고 어둠속에서 뛰고 있는 가늘고 가쁜 숨소리를 세게 만드는 일들이 우리들로 하여금 빛을 향해 돌아서도록 만든다면 말이다.

수술 대기실에 있던 엄마에게 들려주고 싶은 복음은 하나님은 결코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신다는 것이다. “이런 큰 변을 당했다고 해서, 이 엄마가 다른 모든 엄마보다 더 큰 죄인이라고 생각하느냐? 천만에!” 그러므로 스스로 재난의 원인이 됨으로 아기의 생명을 안전하게 만들 수 있다거나 그런 식으로 하나님을 길들일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말라.

 

/ 대구일보 2009. 3.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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