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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에세이 혼자 여행하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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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가톨릭 신부가 친구들과 모인 자리에서 얼마 전 자신이 겪은 경험을 이야기했다. 그는 얼마 전 이스라엘을 방문했는데, 공교롭게 안식일을 앞둔 금요일 오후에 도착하게 되었다. 모든 상점들이 문을 닫고 있었고 자동차도 끊겼다. 아직 목적지까지는 24Km나 떨어져 있는 상황이었다. 할 수 없이 그는 여행 가방을 들고 걷기 시작했다. 얼마 걷지 않았을 때 한 가정에서 그를 보고 안식일을 함께 보내자고 초대하였다. 신부는 뜻밖의 초대를 기쁨으로 받아들이고 그들과 좋은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안식일이 끝나는 토요일 저녁이 되어 버스를 타고 가던 길을 계속 갈 수 있었다.

신부가 이야기를 마치자 한 유대인 친구가 그도 비슷한 경험을 하였다고 말을 이어갔다. 1960년에 그는 긴 머리의 대학생이었는데 스페인을 여행하게 되었다. 어느 늦은 밤, 기차에서 내려 보니 마을은 온통 깜깜했고 주민들은 이미 잠들어 있었다. 조금은 두려운 마음으로 유일하게 불이 켜진 곳으로 향했다. 그곳은 수도원이었다. 수도사들은 그를 반갑게 맞이하고 쉬게 해 주었다. 다음날 아침, 길을 떠난 유대인 대학생은 깊이 감동했다. 자고 있는 동안 수도사들이 그를 위하여 주머니 속에 약간의 동전을 넣어 둔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이 두 가지 이야기 속에서 우리는 사람들의 마음을 살찌우고 포근하게 감싸주며 우리의 삶을 지탱해주는 오랜 종교적인 전통의 모습들을 보게 된다. 이 두 사람이 받은 환대는 손님 대접하기를 생활화한 공동체로부터 나온 것이다. 이 두 가지 이야기에서 환대란 어떤 개인의 친절한 행위가 아니라 신앙공동체가 나누는 것을 삶의 길로 지속적으로 지켜온 신앙의 표현이다. 하나님을 사랑하되 내 마음을 다하고, 내 목숨을 다하고, 내 뜻을 다하고, 내 힘을 다하여 사랑하는 것이 곧 내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는 것임을 알고 실천한 것이다.

만약 오늘 낯선 사람들이 우리의 삶을 지나쳐 갈 때에 우리 사회는 어떻게 반응할까? 어쩌면 다행스럽게도 편안하고 안전한 곳으로 안내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와는 반대쪽에 있는 종교인들이나 정치인들, 또는 지역인들이나 대학인들, 그리고 다른 나라 사람들이 지나쳐 갈 때도 그럴까? 우리 사회는 지금 손님접대란 말에 대하여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 애석하게도 노숙자와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대하는 적개심 내지 경계심은 우리주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이것은 눈에 드러나지 않지만 우리 모두에게 영향을 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낯선 사람이 아는 체하며 인사한다든지 눈을 마주치며 웃었다고 해 보자. 우리는 즉각적으로 경계심에 고개를 돌려 피해 버린다. 환대에서 멀어질수록 우리는 우리의 친구와 친지까지도 같이 앉던 식탁에서 등을 돌리는 사례들을 많이 보게 된다.

왜 우리는 나누는 삶에 인색할까? 그 이유는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삶의 기본적인 활동들이 계속 빠르게 바꾸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급속한 사회변화는 우리의 삶을 원하지도 않는 방향으로 밀고 감으로 여유가 없게 되며 불안하게 된다. 빠른 변화들은 우리의 삶의 기초를 흔들고 불안하게 만든다. 점점 더 무엇이 중요하고 귀한지를 분별하는 것이 힘들어지고, 흔들리지 않는 진리의 길에 서는 것도 더욱 어려워진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은 이 모든 변화를 인식하고 우리를 바르게 인도할 수 있는 통찰력이다. 그것은 개인적이거나 내면적인 것이 아니라, 타인과 믿음을 함께 나누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과 단절된 일상을 반영하는 혼자 떠나는 여행은 개인의 내적 욕구를 채워주지 못한다. 고 있다. 우리의 삶은 이미 우리가 전혀 알지 못하는 관계 속에서 타인들의 삶과 얽혀 있다.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 우리는 이 땅에서 사는 한, 피할 수 없이 상호관계의 조직 속에 갇혀 있다. 이제 세계는 하나의 마을이며, 깨끗한 공기와 오염되지 않은 식생활을 지향하려면 세계가 연결되어 있음을 아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경제원리이자 삶의 진리이다.

이런 사실을 알고 있는 우리 마음의 욕구는 무엇인가? 그리고 과연 우리의 배고픔은 무엇인가? 배고픔은 꼭 음식에서만 생기는 것이 아니다. 건강과 사랑하는 동반자를 찾는 데 있어서도 배고픔은 생겨날 수 있다. 우리가 자신의 정신 건강뿐 아니라 우리와 가까운 나라 및 세계 반대편에 있는 민족에게도 좋은 삶의 길을 찾아 주기를 소망한다면 함께 협력해야한다. 나누는 삶의 길을 찾기 위해 동반자를 가진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이것이 바로 기독교 신앙과 삶의 가장 기본이 되는 요소이다. 새로운 해에는 우리가 공동체로 함께 여행을 떠나면서 서로 준비한 것들을 나누는 삶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실천하는 기회가 되기를 소망한다.

 

/ 대구일보 2008. 1. 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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