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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에세이 뉴스가 뉴스다워야 뉴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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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로부터 왜 내가 TV를 보지 않으려 하는지 그리고 케이블 TV를 설치하지 않는지 질문을 받을 때면 나는 보통 이렇게 대답한다. 나는 진흙투성이의 길 끝에 있는 작은 시골 마을, 텔레비전과 위성안테나를 설치할 수 없는 곳에서 살고 싶다고. 이유는 만일 내가 수 십 개의 TV 채널들을 소유하게 되면, 부정선거정치인들, 경제범죄조직자들, 인기연예인들, 요염한 젊은이들이 나의 관심과 생각을 사로잡기위해 자신들의 이야기와 세계를 내 머리 속에 가득 채울 때까지, 편안한 의자 위에 우두커니 앉아 여러 시간을 허비할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분명히 이렇게 될 것을 알고 있다. 왜냐하면 내가 집을 떠나 먼 곳 호텔방에 묵었을 때 이런 일들이 나에게 자주 일어났기 때문이다.

 

내가 TV를 보지 않으려는 또 다른 이유는 상품광고방송들이 나에게 매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만일 내가 말쑥한 최신형 휴대폰이 구름들 사이로 멋지게 날아가는 상품광고를 한 시간에 다섯 번이나 보게 된다면, 하나를 사지 않고는 견딜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만일 내가 현대인의 스트레스 증상을 절반으로 줄어들게 하는 약 광고를 듣게 된다면, 내가 늙을 때까지 원기회복 시켜줄 것을 약속하는 그 알약 이름을 기억하게 될 것이다. 나는 가능한 TV를 보지 않으려한다. 왜냐하면 TV 화면에 보이는 세상이 내가 살고 싶은 세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화면의 세상은 실제의 세상이 아니다. 그러나 만일 내가 그런 TV를 보면서 여러 시간을 허비한다면, 그런 사실조차 잊어버릴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나는 TV가 남발하는 상업광고들로부터 나를 보호해주는 라디오 방송을 들으면서 그 방송국에 깊은 감사를 느끼며 지원을 보낸다.

 

그러나 내가 TV와 라디오를 모두 끄고 싶은 유일한 시간은 뉴스를 하는 동안이다. 물론, 최소한 모든 뉴스를 한 번 듣고 난 후에 그렇다는 말이다. 내가 뉴스를 한 번 이상 더 듣는다면, 내 마음은 그 뉴스에 대해 닫히기 시작한다. 그 땐 정말 뉴스가 더 이상 뉴스가 아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보다 더 많은 뉴스들을 만들어 그 뉴스들을 누구보다 더 빨리 전하려는 매스컴의 무한 경쟁의 피해자로 동일하거나 유사한 뉴스를 하루에 두 번 이상 청취해야하는 고통을 경험하고 있다. 그래서 이제 우리에게 뉴스란 우리가 너무 자주 듣는 것들을 일컫는 단어이며 새로운 질병을 만드는 장본인이다. 뉴스는 나로 하여금 한 번에 손쉽게 수많은 사람들의 고통을 나누는 것처럼 느끼게 한다. 심지어 내가 전혀 모르는 사람들의 어려움에 관한 뉴스를 듣는 것만으로도 마치 그들의 고통을 함께 나눈 것처럼 느끼게 만든다. 그러나 단지 뉴스가 지나간 지 10여분만 지나면 내 가슴을 아프게 만들던 모든 사람들과 사건들에 대한 고통과 슬픔도 함께 사라지고 만다.

 

아시아의 한 나라에서 과적한 나룻배가 가라앉아 죽은 사람들, 미국에서 일어난 연속 살인사건의 희생자들, 기름유출 사건으로 생계를 잃은 우리의 어민들, 그리고 아프리카 수단의 어린 아이들의 굶주림에 대한 뉴스를 알고는 그냥 지나갈 뿐이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뉴스가 나를 점점 더 이웃들의 어려움에 대해 무책임해지고 무감각하게 만드는 것을 그냥 참고 넘어가고 싶지 않다. 그것도 내가 집 안에서 사소한 일들을 즐기면서 그런 생명과 관련된 안타까운 뉴스들을 듣고 지나보낼 수는 없다. 내가 원했던 것은 내 모든 주위에서 일어났던 가슴 아픈 일들에 대해 내 마음을 계속 열어놓는 것이었다. 이런 나의 마음을 자신들의 생활을 채우기 위해 각종 유혹, 상술, 선동, 유치한 소식들을 만들어 팔고 있는 자들에게 빼앗기고 싶지 않다.

 

올 해에는 태안반도의 기름을 제거하려는 폭발적인 자원봉사와 친절에 관한 뉴스다운 뉴스들을 자주 듣고 싶다. 겨자씨 같은 손길들이 이웃의 비극들 감싸고 치유하는 숲으로 자라도록 만드는 뉴스다운 뉴스를 접하고 싶다. 내가 살고 싶어 하는 대안적인 실체를 만드는 뉴스들을 보고 싶다, 듣고 싶다. 뉴스다운 뉴스를.


/ 대구일보 2008. 2. 1. 허도화(계명대학교 교목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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